에이전트와 함께 쓰는 할 일 관리
지난달에 했던 일과 관련된 노트를 찾을 일이 있었습니다. 할 일 관리 앱을 열어 검색하고, 옵시디언을 열어 다시 검색했습니다. 같은 것을 찾는데 검색을 두 번 했습니다. 할 일과 기록이 계속 분리된다는 것, 이게 제가 오래 가져온 문제의식입니다.
표류
저는 할 일 관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OmniFocus, TickTick, Motion, Notion. 여러 앱을 썼고, 그중 둘은 각각 몇 년씩 썼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도 결제했습니다. 옵시디언은 거의 5년째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SaaS 서비스와 옵시디언 노트를 연결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옵시디언의 플러그인 몇 개를 조합해 할 일 관리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각화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타임블로킹으로 할 일을 관리하려면 주간, 일간 단위의 시각화가 매우 중요한데 옵시디언은 그런 부분이 약합니다. 노트 연결과 할 일 관리, 이 둘을 함께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저는 도구를 늘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각각 특화된 앱을 쓰는 게 서비스의 질로만 보면 좋겠지만, 도구가 파편화되면 관리하는 비용이 늘고, 그 비용이 결국 지속 가능성을 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하다 보면 아쉬운 점이 생기고, 인박스에만 쌓이고, 후행적으로 기록하지도 않고, 결국 사용을 포기하게 되더군요.
저는 GTD(Getting Things Done) 방법론 아래 그 앱들을 써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열어 보니 인박스에는 처리되지 않은 일들이 남아 있고, 최근에 추가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Getting Things Not Done. 죽은 상태였던 겁니다.
죽은 시스템은 다시 복구하는 데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뭐랄까, 되살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GTD가 저에게 잘 동작하지 않은 이유는 스코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현재 시점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2분 안에 끝낼 수 있으면 바로 하라는 규칙처럼, 지금 무엇을 할지에 초점이 가 있다고 할까요.
GTD에도 주간 검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검토는 목록을 최신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이 있고, 한 주의 시간을 설계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주간 검토는 이렇습니다. 인박스에 있는 걸 단순히 꺼내 보는 것이 아니라, 타임 테이블을 펼쳐 두고 나에게 남은 슬롯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걸 제대로 지원하는 디지털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렛저널이라는 아날로그 저널링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관리 비용의 문제로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도 아날로그도, 결국 같은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출퇴근길에 만들었습니다
WeekFlow는 사실상 저의 첫 옵시디언 플러그인 개발입니다. 저는 딥러닝 모델을 만드는 연구원이라 프론트엔드 스택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에이전트가 없었다면 구현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 정도의 리소스를 여기에 쏟기에는 제 업무가 더 중요하니까요. 작업은 대체로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했습니다. 하루에 대략 2시간 정도를 쓸 수 있었고 주말에는 시간을 좀 더 들였습니다. 그렇게 약 2주가 지나자 제가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플러그인이다 보니 쓰면서 자연스럽게 QA가 되었고, 기획도 제가 애정하고 필요로 하는 만큼 좋은 것이 나왔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WeekFlow를 열면 주간 테이블이 먼저 보입니다. 그 주에 초대받은 일정들이 올라와 있고, 지금 시점에서 한 주의 타임 슬롯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보입니다. 초대받은 일정은 회사 캘린더를 ICS 주소로 구독해 겹쳐 둔 것이라, 캘린더 앱을 따로 열지 않습니다. 남은 슬롯은 셀 필요가 없습니다. 빈칸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빈칸이 많으면 슬롯이 많은 겁니다. 한 주를 쭉 펼쳐 놓으면 일정이 없는 날과 있는 날이 노력 없이 한눈에 구분됩니다.

돌이켜 보면 주간 검토가 안 됐던 건 계산이 어려워서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의 문제, 지난달에 했던 일을 WeekFlow에서 찾으면 그날의 로그에 관련 노트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2월부터 8월까지 로그를 남긴 날의 65%에 이런 링크가 있습니다. 플러그인이 옵시디언 위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노트에 링크를 자유롭게 걸 수 있습니다. 노트는 대체로 제가 링크를 걸지만, 에이전트도 노트에 접근할 수 있어서 대신 걸어 주기도 합니다. 아예 에이전트를 통해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두 곳에서 따로 검색할 일이 없습니다.

이번엔 죽지 않았습니다
첫 버전이 나온 2026년 2월 19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습니다. 31주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았고, WeekFlow는 한 번도 버려진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기능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플러그인은 에이전트와 함께 쓰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를 통해 매일 아침 브리핑을 받고, 대부분의 날 저녁에 회고를 합니다. 과거에는 앱의 알람만이 넛지 신호였다면, 지금은 그보다 더 강한 넛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받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도구를 쓸 때 스스로 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스템이 방치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에이전트와 같이 써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를 무언가를 만드는 도구로만 쓰는 게 아니라 나의 행동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도 쓴다는 점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만들다가 미뤄 둔 건 프로젝트 기능입니다. 할 일을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하는 건 꽤 일반적인 동작인데, 막상 들어가 보니 복잡한 동작이었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 고려했지만, 할 일 관리의 여러 기능이 먼저 채워져야 만들 수 있겠다 싶어 나중으로 미뤄 둔 상태입니다. 지금도 거슬리는 건 특정 동작이라기보다 모바일에서의 터치 UX입니다. 손으로 터치한다는 게 상호작용 면에서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출퇴근길에 폰으로 만든 물건인데 정작 폰에서 쓰는 게 제일 불편합니다. 그래서 모바일에서 쓸 때는 에이전트를 통해 주로 사용합니다. 에이전트는 복잡한 인터랙션을 채팅이라는 형태로 추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권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습니다. 자기만의 생산성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분이라면 큰 효용을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제가 여러 방법을 표류해 보다가 저만의 방식으로 찾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제 방식이 아닙니다. 이걸 벤치마킹하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불편했던 점을 제가 직접 해결했다는 것, 프론트엔드를 모르는 사람이 출퇴근길에 폰으로 2주 만에 그렇게 했다는 것. 그게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몇 년째 못 고치고 있는 불편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그걸 줄이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줄어 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그 불편을 하나 적어 보고 AI로 줄여 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요.